2025/09/21

물질의 세계


사실 소셜 미디어 어디에선가 책을 추천받고 처음 든 생각은 이거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랑 똑같은 책 아님? 이었다. 6가지로부터 인류 문명이 발달되어 왔다는 타이틀에서부터 해서 모든게 비슷했기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6가지 혁신 vs 6가지 물질로 관점도 다른데다 6가지 조차 1~2개를 빼고는 겹치지 않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일상에서 간과되기 쉬운 기본 물질들이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지 깊이 있게 분석해줘서 흥미로웠다. 저자는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이라는 여섯 가지 원자재를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 추출 과정, 산업적 응용을 거쳐 미래를 전망한다. 이 책을 통해 공급망의 복잡성과 지정학적 중요성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6가지 기본물질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모래 (Sand) : 모래는 단순한 해변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유리와 반도체 칩 제조의 핵심 재료로 강조되는데, 특히 고순도 실리카 모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기반이 된다. 특히 모래의 공급 부족이 글로벌 기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꽤 인상적이다.

2. 소금 (Salt) : 소금은 식품 보존을 넘어 화학 산업의 기초로 묘사된다. 염소와 소다 생산을 통해 플라스틱, 세정제,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듯 하다.

3. 철 (Iron) : 하도 희토류, 희토류 하다보니 요즘은 푸대접(?)받는 철, 강철/주철/연철 등의 주성분으로, 건설과 제조업의 뼈대가 되는 재료로 묘사된다. 저자는 철광석 채굴과 제련 과정의 복잡성에 대한 설명을 통해, 철이 현대 산업혁명에서 가지는 대체불가한 중요도를 강조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 문제와 그린 스틸 개발의 미래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4. 구리 (Copper) : 구리는 전도성으로 인해 전선, 모터, 재생 에너지 시스템의 필수 재료이며, 이는 곧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 된다. 구리 공급의 부족이 전기 자동차 보급에 미칠 잠재적 장애까지 언급된다. 칠레와 페루의 광산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가 공급 안정성을 위협하고, 이로 인해 구리 공급의 부족이 전기 자동차 보급에 미칠 잠재적 장애까지 언급된다. 특히 요즘은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인해 구리 수요가 폭증하는 중.


트럼프 행정부 이후 중국과 희토류를 두고 신경전을 계속 벌이고 있는데, 책에 언급되는 해저 자원 채굴에 대한 문단에서 TMC(The Metal Company)와 나우루 공화국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책을 읽고 있던 시기에 메르님 블로그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라...


5. 석유 (Oil) : 석유는 에너지원으로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에서는 이보다는 플라스틱과 화학 제품의 원료로서의 기능을 주료 언급한다. 석유 자체가 가지는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보다,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부산물들로부터 파생된 플라틱과 화학 제품들의 중요성이 천연가스와 태양/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전환시대에 어떻게 함께 전환되어야 할지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6. 리튬 (Lithium) : 리튬은 배터리 기술의 핵심으로, 전기 자동차와 재생 에너지 저장의 미래나 다름없다. 리튬 삼각지대(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의 자원 분포와 채굴의 환경 영향, 그리고 공급망 취약성을 다루면서, 리튬이 '새로운 석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재료(이를테면 나트륨)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배터리들도 나오는걸 보면 저자의 말이 과연 맞을지는 좀더 지켜봐야겠다.

각각의 물질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각각의 물질의 생산/채굴에 얽힌 역사와 생산현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 그리고 각각이 물질이 상호연결되어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영향을 서로 주고 받는지에 대한 고찰이 포함되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생산현장에 대한 사진자료들이 함께 첨부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약간 있었다.


  • 나는 '물질의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 그러니까 '비물질 세계 ethereal world'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서 너무 오래 살았구나.
  •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들은 그들의 똑똑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물질 세계의 이름 없는 회사들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물질 세계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다.
  • 강철 쟁기를 최초로 대량생산한 존 디어 John Deere의 이름은 이후 농기구 사업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 물질의 유용함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물리적 특성만이 아니라 그것을 매우 쉽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획득할 수 있는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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